문학 107

어머니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63 1 0 16 2018-03-21
통칭 곰네였다. 어버이가 지어준 것으로는 길녀라 하는 이름이 있었다. 박가라 하는 성도 있었다. 정당히 부르자면 박길녀였다. 그러나 길녀라는 이름을 지어준 부모부터가 벌써 정당한 이름을 불러주지 를 않았다. 대여섯 살 나는 때부터 벌써 부모에게 ‘곰네’라 불렀다. …

송동이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70 1 0 8 2018-03-21
송 서방의 아버지도 이 집 하인이었다. 송 서방은 지금 주인의 증조부 시대에 이 집에서 났다. 세 살 적에 아버지 를 잃었다. 열 살 적에 어머니를 잃었다. 이리하여 천애의 고아가 된 그는 주인(지금 주인의 증조부)의 몸심부름을 하기 시작하였다. …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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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3 1 0 17 2018-03-21
피고는 사실을 부인하였다. 그것은 복심법원이었다. 사건은 살인이었다. 어떤 사람이 교외 외딴곳에서 참살을 당하였다. 흉기는 날카로운 칼로서, 그 칼은 범행의 현장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그 피해자는 교외에 사는 사람 으로서, 짐작컨대 밤늦게 돌아가다가 그런 변을 당한 듯하였다. 피해자에게 서는 시계와 돈지갑이 없어졌다. 반지도 끼었던 자리는 있는데, 현품은 없 었다. …

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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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0 1 0 20 2018-02-21
잠결에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듣고 효남이가 곤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새벽 2시쯤이었다. 그가 잠에 취한 눈을 어렴풋이 뜰 때에, 처음에 눈에 뜨 인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어린 마음에 안심 을 하면서 몸을 돌아누울 때에 두 번째 눈에 뜨인 것은 아버지였다. 효남이 의 다시 감으려던 눈은 그 반대로 조금 더 크게 떠졌다. …

명화 리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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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43 1 0 22 2018-02-21
벌써 360여 년 전. 무대는 그때의 남유럽의 미술의 중심지라 할 T시 3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름이 혁혁히 빛나는 대화가 벤트론이 죽은 뒤에 한 달이라는 날짜가 지났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을 같이 즐기다가 갑자기 그 지아비를 잃어버린 늙은 미망 인은 쓸쓸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

망국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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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8 1 0 19 2018-02-21
작년(1945년) 초가을이었소. 소위 ‘적당한 시기에 한국인에게 독립을 허여한다’는 카이로와 포츠담의 결의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을 ‘우리 땅에서의 일본인의 전퇴’쯤으로 해석하고 ‘일본의 항복’과 ‘연합군의 조선 진주’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환영하던 그 무렵이었소. …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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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2 1 0 15 2018-01-21
한바탕 무리매를 친 뒤에, 이 무리매에 대해서도 아무 저항 없이 잠자코 맞고 있는 한 서방에게 더 칠 흥미는 없는지 젊은이들은 그곳에 쓰러져 있 는 한 서방을 그대로 버려두고 모두들 우르르 나가버렸다. 나감에 임하여 한 젊은이가 여를 향하여, …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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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9 1 0 15 2018-01-21
‘미증유의 중대 방송’ ─ 정오에 있으리라는 이 중대 방송이 논제의 중심 이 되었다. ○○중공업회사 평양 공장이었다. “아마 소련에 대한 선전포고겠지.” 공무과장이 다 알고 있노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선전포고쯤이야 우리나라는 10년에 한 번씩 으레 했고 3년 전에도 미영 에 대해서 선전을 포고했으니 ‘미증유’라는…… 새삼스레 미증유 운운의 어마어마한 형용사까지 붙여서 예고까지 할 게야 없겠지.” 영업과장이 공무과장의 말에 반대했다. …

거목이 넘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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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4 4 0 12 2018-01-21
낙엽진 수풀 ― 한 발을 내어짚을 때마다 무릎까지 낙엽에 축축 빠지는 험 준한 산길을 숨어서 피해 도망하기 사흘. 인제는 근력도 다 빠지고 한 걸음 을 더 옮길 수 없도록 피곤한 관주(貫珠)는 덜컥 하니 몸을 어떤 나무그루 아래 내어던지고 쓰러져 버렸다. 만년종사를 꿈꾸던 백제도 이제는 망하였다. 이것이 꿈이랴 생시랴. …

어떤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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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5 1 0 13 2018-01-21
여보게. 창피창피 한대야 나 같은 창피를 당해 본 사람이 있겠나.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도 부끄러울세.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창피는 다시 한번 당해 보고 싶기도 하거든. 이야기할께. 들어 보게. 오 년 전 ― 육 년 전 ― 칠 년 전인가. 어느 해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혈기 하늘을 찌를 듯하던 젊은 시절일세그려. 지금은 벌써 내 나이 삼사십. 얼굴에는 트믄트믄 주름자리까지 잡히었지만 이 주름자리도 없던 젊은 시 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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