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07

생의 반려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570 1 0 110 2017-08-21
동무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것이 옳지 않은 일일는지 모른다. 마는 나는 이 이야기를 부득이 시작하지 아니치 못할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다. 왜냐면 명렬군의 신변에 어떤 불행이 생겼다면 나는 여기에 큰 책임을 지지 않을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그는 완전히 타락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타락을 거들어준, 일테면 조력자쯤 되고만 폭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단순히 나의 변명만도 아닐것이다. 또한 나의 사랑하는 동무, 명렬군을 위하야 참다운 생의 기록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사월 스물일헷날이었다. …

이런 음악회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46 1 0 10 2017-08-21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것은 그럭저럭 여섯점반이넘었다. 너 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 니까 “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 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

정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67 1 0 14 2017-08-21
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 키쪼각이 있을뿐이다. 체량 그릇이랑 이낀 좀하나 깨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쓸것이다. 그나마도 들고나설랴면 안 해의눈을 기워야할턴데 맞은쪽에 빤이 앉었으니 꼼짝할수없다. 허지만 오늘 도 밸을좀 긁어놓으면 성이뻐처서 제물로 부르르나가버리리라. 아래묵의 은 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다리를 세워 얼싸안고는 고개를 떠러친채 묵묵하 였다. 묘한 꼬투리가 선뜻 생각키지않는 까닭이었다. 웃방에서 나려오는 냉기로하야 아랫방까지 몹씨 싸늘하다. 가을쯤 치받이 를 해두었든면 좋았으련만 천정에서 흙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찬바람이 새여 든다. …

따라지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379 1 0 2 2017-08-21
쪽대문을 열어 놓으니 사직공원이 환히 내려다보인다. 인제는 봄도 늦었나 보다. 저 건너 돌담 안에는 사쿠라꽃이 벌겋게 벌어졌다. 가지가지 나 무에는 싱싱한 싹이 돋고, 새침히 옷깃을 핥고 드는 요놈이 꽃샘이겠지. 까치들은 새끼 칠 집을 장만하느라고 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들고……. 이런 제기랄, 우리집은 언제나 수리를 하는 겐가. 해마다 고친다, 고친다, 벼르기는 연실 벼르면서. 그렇다고 사직골 꼭대기에 올라붙은 깨웃한 초가집이라서 싫은 것도 아니다. 납 작한 처마 밑에 비록 묵은 이엉이 무더기 무더기 흘러내리건 말건, 대문짝 한 짝이 삐뚜로 박히건 말건, 장독 뒤의 판장이 아주 벌컥 나자빠져도 좋다. 참말이지 그놈의 부엌 옆의 뒷 간만 좀 고쳤으면 원이 없겠다...

노다지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1 1 0 4 2017-08-21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 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 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바랑을 모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하였다. 다시 눈이 띄었을 적에는 몸서리가 몹시 나온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았는 모양이다. …

가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95 1 0 12 2017-07-21
내가 주재소에까지 가게 될 때에는 나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고처 생각해봐도 나는 조곰치도 책임이 느껴지지 안는 다 복만이는 제 안해를 (여기가 퍽 중요하다) 제손으로 즉접 소장사에게 팔 은것이다. 내가 그 안해를 유인해다 팔았거나 혹은 내가 복만이를 꼬여서 서루 공모하고 팔아먹은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우리 동리에서 일반이 다 아다싶이 복만이는 뭐 남의 꼬임에 떨어지거나 할 놈이 아니다. 나와 저와 비록 격장에 살고 숭허물없이 지내는 이런 터이 지만 한번도 저의 속을 터말해본 적이 없다. …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96 1 0 15 2017-07-21
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이다. 감독의 눈은 일상 올빼미 눈같이 둥글린다. 훅하면 금 도적을 맞는 까닭이 다. 하긴 그래도 곧잘 도적을 맞긴 하련만 ─ 대거리를 꺾으러 광부들은 하루에 세 때로 몰려든다. 그들은 늘 하는 버릇 으로 굴문 앞까지 와서는 발을 멈춘다. 잠자코 옷을 훌훌 벗는다. …

두꺼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82 1 0 13 2017-07-21
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혹 시험 전날 밤새는 맛에 들렸는지 모른다. 내일이 영어시험이 므로 그렇다고 하룻밤에 다 안다는 수도 없고 시험에 날 듯한 놈 몇 대문 새겨나 볼까, 하 는 생각으로 책술을 뒤지고 있을 때 절컥, 하고 바깥벽에 자전거 세워 놓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행길로 난 유리창을 두드리며, 이상, 하는 것이다. 밤중에 웬놈인가 하고 찌뿌둥히 고리를 따보니 캡을 모로 눌러 붙인 두꺼비눈이 아닌가. …

봄밤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18 1 0 32 2017-07-21
“얘! 오늘 사진재밋지” 영애는옥녀의 옆으로다가스며 정다히 또물었다. 마는 옥녀는 고개를 푹숙이고 그저 거를뿐, 역시대답이 없다. 극장에서 나와서부터 이제까지 세번을 물었다. 그래도 한마디의 대답도 없을때에는 아마 나에게 뼈첬나부다. 영애는 이렇게생각도 하야봣으나 그 럴 아무 이유도 없다. 필연 돈없어 뜻대로 되지안는 저의 연애를 슬퍼함에 틀림없으리라. 쓸쓸한 다옥정 골목으로 들어스며 영애는 날씬한 옥녀가 요즘으로 부쩍 더자란듯싶었다. 인젠 머리를 틀어올려야 되겠군하고 생각하다 옥녀와 거 반 동시에 발이 딱멈추었다. 누가 사가주가다카 떨어쳤는가 발앞에 네모번 듯한 갑 하나카 떨어저있다. …

산골 나그네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2 1 0 26 2017-07-21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 새로 방안은 괴괴하다. 윗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미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어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 짝 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뜩이며 빛을 잃는 다. 헌 버선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러고 등잔 밑으로 반짇고리을 끌 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든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 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 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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