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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은 속삭인다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7 5 0 20 2018-04-21
그대는 길신의 지팡이를 끌고 여행에 피곤한 다리를 평양에 쉬어 본 일이 있는지? 그대로서 만약 길신의 발을 평양에 들여놓을 기회가 있으면 그대는 피곤한 몸을 잠시 여사에서 쉬고 지팡이를 끌고서 강변의 큰길로써 모란봉에 올라 가보라. …

광염 소나타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2 1 0 15 2018-04-21
독자는 이제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 유럽의 어떤 곳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혹 은 사십 오십 년 뒤에 조선을 무대로 생겨날 이야기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다만, 이 지구상 의 어떠한 곳에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있을지도 모 르겠다, 가능성뿐은 있다―---이만치 알아두면 그만이다. …

가두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91 1 0 13 2018-04-21
5년 전 이맘때였다. 김장을 겨우 끝낸 뒤쯤이니까……. 우리 집에는 우리 가족이 사용하는 큰방과 건넌방 밖에, 비워둔 뜰아랫방 이 하나 있다. 도대체 사글세를 주면 귀찮고 시끄럽고 집 더러워지는 위에 만약 불행히 술 먹는 사람이라도 들게 되면 그야말로 집안이 꼴이 되지 않을뿐더러 자라 나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되겠는지라, 우리는 빈방이 있을지라도 사글세를 놓지를 않았다. …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2 1 0 15 2018-04-21
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 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혹은 단지 조혼(早婚)이라 하는 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 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아 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

붉은 산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42 1 0 14 2018-04-21
그것은 여(余 : 성씨나 이름이 아닌 '나'라는 뜻의 한자어 일인칭 대명사 - 편집자 주*)가 만주를 여행할 때 일이었다. 만주의 풍속도 좀 살필 겸 아직껏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의 사이에 퍼져 있는 병(病)을 조사할 겸해서 일년의 기한을 예산하여 가지고 만주를 시시콜콜이 다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에 ××촌이라 하는 조그만 촌에서 본 일을 여기에 적고자 한다. …

동란의 거리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0 1 0 12 2018-04-21
“즉각 입내하옵시라는 전교가 곕시오.” 대궐에서의 이러한 급명을 받잡고, 황황히 의대를 갖추는 국태공 흥선대원 군 이하응(國太公 興宣大院君 李昰應). 때는 고종(高宗) 십삼년 임오 유월 초아흐렛날. …

토끼의 간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86 1 0 14 2018-03-21
월전(月前)에는 왕(百濟王―義慈)이 몸소 대군을 이끌고 와서 신라를 침략 하여 이 나라(新羅)의 사십여 성을 빼앗았다. 그 놀란 가슴이 내려앉기도 전에, 팔월에 들면서 백제는 또 장군 윤충(允忠)을 시켜서 신라의 대야성 (大耶城)을 쳐들어 온다는 놀라운 소식이 계림(鷄林)의 천지를 또다시 들썩 하게 하였다. 이 소식이 들어오자 꼬리를 이어서 따라 들어오는 소식은 가로되, “대야성은 함락되었다. 대야성 도독 김품석(金品釋) 이하는 모두 죽었 다.”하는 놀랍고도 참담한 소식이었다. …

안 돌아오는 사자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97 1 0 24 2018-03-21
“또 한 놈-. “금년에 들어서도 벌써 네 명짼가 보오이다.” “그런 모양이다. 하하하하.” 용마루가 더릉더릉 울리는 우렁찬 웃음소리였다. “어리석은 놈들. 무얼하러 온담.” 저편 행길에 활을 맞아 죽은 사람들, 누각에서 내려다 보며 호활하게 웃는 인물. 비록 호활한 웃음을 웃는다 하나, 그 뒤에는 어디인지 모를 적적미가 감추여 있었다. 칠십이 가까운 듯하나 그 안색의 붉고 윤택 있는 점으로든 지, 자세의 바른 점으로든지, 음성의 우렁찬 점으로든지, 아직 젊은이를 능 가할 만한 기운이 넉넉하여 보였다. …

장사의 한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52 4 0 20 2018-03-21
선조(宣祖) 임진의 겪은 전고미문의 국난 때문에, 삼천리 강토가 한 덩어 리 재로 화하고 국력이 극도로 쇠약하고, 파루폐옥만 덩더렇게 늘어 있는 참담한 형태를 이룬 지 수년. 선조대왕 승하하고, 그 아드님 광해군이 즉위한 뒤에는 이 용감한 청년왕 은 무엇보다도 국도 부흥에 전력을 다하였다. …

적막한 저녁

김동인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6 1 0 20 2018-03-21
그러나 한순간 뒤에 노자작의 노염에 불붙는 눈은 휙 돌아와서 아들의 얼 굴에 정면으로 부어졌다. “네게는 ― 네게는 ―.” 노염으로 말미암아 노자작의 숨은 허덕였다 ―. “네게는 아비가 그렇듯 노쇠해 뵈더냐!” 일찌기 호랑이 같은 재상으로서 선정(善政)에 학정에 같이 그 이름을 울리 던 노자작의 면목은 여기서 나타났다. 얼굴은 누렇게 여위었지만 거기서 울 려나오는 음성은 방을 드렁드렁 울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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