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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따라지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304 1 0 19 2017-08-21
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러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 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행길에 삐쭉 섰는 전봇대에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비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 통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그 팔을 뒤로 젖혀올리고 또 바른팔로 다는 그 팔 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본디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 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 일이 그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 생복 저고리. 허나 삼 년간을 내리 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 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 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 에 몽클거리는 때..

생의 반려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570 1 0 110 2017-08-21
동무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것이 옳지 않은 일일는지 모른다. 마는 나는 이 이야기를 부득이 시작하지 아니치 못할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다. 왜냐면 명렬군의 신변에 어떤 불행이 생겼다면 나는 여기에 큰 책임을 지지 않을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그는 완전히 타락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타락을 거들어준, 일테면 조력자쯤 되고만 폭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단순히 나의 변명만도 아닐것이다. 또한 나의 사랑하는 동무, 명렬군을 위하야 참다운 생의 기록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사월 스물일헷날이었다. …

이런 음악회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46 1 0 10 2017-08-21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것은 그럭저럭 여섯점반이넘었다. 너 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 니까 “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 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

정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67 1 0 14 2017-08-21
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 키쪼각이 있을뿐이다. 체량 그릇이랑 이낀 좀하나 깨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쓸것이다. 그나마도 들고나설랴면 안 해의눈을 기워야할턴데 맞은쪽에 빤이 앉었으니 꼼짝할수없다. 허지만 오늘 도 밸을좀 긁어놓으면 성이뻐처서 제물로 부르르나가버리리라. 아래묵의 은 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다리를 세워 얼싸안고는 고개를 떠러친채 묵묵하 였다. 묘한 꼬투리가 선뜻 생각키지않는 까닭이었다. 웃방에서 나려오는 냉기로하야 아랫방까지 몹씨 싸늘하다. 가을쯤 치받이 를 해두었든면 좋았으련만 천정에서 흙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찬바람이 새여 든다. …

따라지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379 1 0 2 2017-08-21
쪽대문을 열어 놓으니 사직공원이 환히 내려다보인다. 인제는 봄도 늦었나 보다. 저 건너 돌담 안에는 사쿠라꽃이 벌겋게 벌어졌다. 가지가지 나 무에는 싱싱한 싹이 돋고, 새침히 옷깃을 핥고 드는 요놈이 꽃샘이겠지. 까치들은 새끼 칠 집을 장만하느라고 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들고……. 이런 제기랄, 우리집은 언제나 수리를 하는 겐가. 해마다 고친다, 고친다, 벼르기는 연실 벼르면서. 그렇다고 사직골 꼭대기에 올라붙은 깨웃한 초가집이라서 싫은 것도 아니다. 납 작한 처마 밑에 비록 묵은 이엉이 무더기 무더기 흘러내리건 말건, 대문짝 한 짝이 삐뚜로 박히건 말건, 장독 뒤의 판장이 아주 벌컥 나자빠져도 좋다. 참말이지 그놈의 부엌 옆의 뒷 간만 좀 고쳤으면 원이 없겠다...

노다지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220 1 0 4 2017-08-21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 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 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바랑을 모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하였다. 다시 눈이 띄었을 적에는 몸서리가 몹시 나온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았는 모양이다. …

강로항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0원 구매
0 0 261 1 0 1 2017-08-02
강로항전[姜鷺鄕前] 날이 차차 더워집니다. 더워질사록 저는 저 시골이 無限그립습니다. 물 소리 들리고 온갓새 지저귀는 저 시골이 그립습니다. … 四月二日저녁, 永導寺에서

가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94 1 0 12 2017-07-21
내가 주재소에까지 가게 될 때에는 나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고처 생각해봐도 나는 조곰치도 책임이 느껴지지 안는 다 복만이는 제 안해를 (여기가 퍽 중요하다) 제손으로 즉접 소장사에게 팔 은것이다. 내가 그 안해를 유인해다 팔았거나 혹은 내가 복만이를 꼬여서 서루 공모하고 팔아먹은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우리 동리에서 일반이 다 아다싶이 복만이는 뭐 남의 꼬임에 떨어지거나 할 놈이 아니다. 나와 저와 비록 격장에 살고 숭허물없이 지내는 이런 터이 지만 한번도 저의 속을 터말해본 적이 없다. …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95 1 0 15 2017-07-21
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이다. 감독의 눈은 일상 올빼미 눈같이 둥글린다. 훅하면 금 도적을 맞는 까닭이 다. 하긴 그래도 곧잘 도적을 맞긴 하련만 ─ 대거리를 꺾으러 광부들은 하루에 세 때로 몰려든다. 그들은 늘 하는 버릇 으로 굴문 앞까지 와서는 발을 멈춘다. 잠자코 옷을 훌훌 벗는다. …

두꺼비

김유정 | 도서출판 작은고래 | 1,000원 구매
0 0 181 1 0 13 2017-07-21
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혹 시험 전날 밤새는 맛에 들렸는지 모른다. 내일이 영어시험이 므로 그렇다고 하룻밤에 다 안다는 수도 없고 시험에 날 듯한 놈 몇 대문 새겨나 볼까, 하 는 생각으로 책술을 뒤지고 있을 때 절컥, 하고 바깥벽에 자전거 세워 놓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행길로 난 유리창을 두드리며, 이상, 하는 것이다. 밤중에 웬놈인가 하고 찌뿌둥히 고리를 따보니 캡을 모로 눌러 붙인 두꺼비눈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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