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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따라지

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러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 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행길에 삐쭉 섰는 전봇대에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비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 통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그 팔을 뒤로 젖혀올리고 또 바른팔로 다는 그 팔 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본디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 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 일이 그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 생복 저고리. 허나 삼 년간을 내리 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 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 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 에 몽클거리는 때꼽은 등어리를 스을쩍 긁어주고 나려가..
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러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 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행길에 삐쭉 섰는 전봇대에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비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 통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그 팔을 뒤로 젖혀올리고 또 바른팔로 다는 그 팔 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본디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 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 일이 그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 생복 저고리. 허나 삼 년간을 내리 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 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 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 에 몽클거리는 때꼽은 등어리를 스을쩍 긁어주고 나려가지 않는가. 한번 해 보니 재미가 있고 두 번을 하여도 또한 재미가 있다. 조그만 어깻죽지를 그 는 기계같이 놀리며 올렸다 내렸다, 내렸다. 올렸다. 그럴 적마다 쿨렁쿨렁 한 저고리는 공중에서 나비춤, 지나가던 행인이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둥글린다.

김유정

출생지 강원 춘천
출생일 1908-01-11
사망일 1937-03-29
활동시 기근현대
활동국가 대한민국
직업 소설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성 출생. 1929년 휘문고보 졸업, 연희전문 문과 중퇴. 1935년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에 당선. 1935년 구인회 회원으로 활동. 1937년 3월 29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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